자화상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민족의 독립을 고민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면서 꿈이 있던 청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꼈던 한 청년이
이 세상에 남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연필을 손에 쥔 것이
우리말로 글을 쓴 것이
자신의 생각을 남긴 것이
죄가 되었던
1945년
참담한 그 순간마저 자신을 반성하고, 조국의 독립을 바라셨습니다.
2020년 한국은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추억처럼 그의 시가 남아있습니다.
기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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